박현우

블로그

저널과 컨퍼런스 차이

인방갤로 비유해 보는 학회와 학회지

2026-02-0810문헌연구

예전에 대학원에 처음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저널과 컨퍼런스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를 봤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인기가 높아진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학회 논문이 중요하다보니, 저널과 학회에 대해서 혼동하는 경우가 더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좀 간단한 비유를 써서, 저널과 컨퍼런스가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설명했던 것을 글로 남겨놓으려 합니다.

1. 인방갤 비유로 보는 학회와 저널

먼저 학회라는 개념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인터넷방송(인방)에 관심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처음에는 저 혼자서 좋아하는 스트리머 구독도 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인방에 대한 것도 찾아보고 공부하고 실험도 해보고 하면서 그 분야를 알아가게 되죠. 그러다 보면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어디 없나?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인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를 찾을 겁니다. 요새 소위 말하는 "커뮤니티"에 인방갤러리 같은 곳에 가서 글도 쓰고 다른 사람이 쓴 글도 보면서 관심사와 최신 정보를 공유하게 됩니다.

이제 이 인방갤에서 2025년에 올라온 글들 중에 제일 인기가 많았던 글들을 골라서, "올해의 베스트 글" 같은 걸 만들어서 묶음으로 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매년 발간되는 잡지라고 볼 수 있지요. 인방갤 연간 베스트 모음집이 나오는 셈입니다. 이게 학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즉 학회지(저널)에 가장 가까운 비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방갤이 엄청 유명해져서, 다들 자기 글을 그 연간 베스트에 실어 보고 싶어 한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떤 글을 실을 거냐"를 두고 경쟁이 붙겠죠. 보통의 온라인 커뮤니티라면 추천 수, 조회 수 같은 걸로 정해지겠지만, 실제 학회지에서는 이를 결정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학술 저널(학회지)에서는, 일종의 "고정닉"들이 있습니다. 편집위원(에디터), 리뷰어 같은 사람들입니다. 누군가 글(논문)을 하나 올리면, 그 글마다 두세 명씩 담당해서 붙어서 읽어보고, "이건 좀 틀린 것 아닌가? 좀 아니지 않나?"하면서 이건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하고, 나중에 연간 베스트에 속할지 여부에 대해 찬반 의견을 냅니다. 이 과정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료평가(피어리뷰; peer review)"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눈을 거친 뒤에 "이 정도면 연간 베스트에 실을 만하다"고 판단되면, 그 글이 저널에 실리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저널에 첫 글을 싣고 나면, 그때부터는 나도 그 커뮤니티의 "고정닉 후보" 중 한 명이 되는 거죠. 대략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게 "학회지", 그러니까 저널입니다.

2. 정모 같은 이벤트가 컨퍼런스

그럼 학회(conference)는 뭘까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것도 학회인데, 그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모인 것도 학회(또는 "컨퍼런스")라고 부릅니다. 다시 인방갤의 예로 돌아가서, 어느 날 사람들이 "우리 정모 한번 합시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 봅시다. 그래서 인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만들었다고 치면, 그게 바로 컨퍼런스입니다. 여기에 인방과 관련된 회사들도 스폰서를 할 수도 있겠죠. 회사들은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자기 회사의 새로운 기술을 전시하는 부스를 열 수도 있고, 새로 나온 버튜버 채널 홍보 코너를 만들 수도 있겠죠.

한편으로는 인방갤 유저들이 모여서, 자기가 1년 동안 연구하고 실험해 본 내용들을 발표하고, 서로 듣고 토론하는 세션들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방송하면 시청자 반응이 어떻더라", "이런 장비 세팅이 좋더라" 같은 걸 발표하는 거죠. 학술 세계에서의 세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사람들을 모아서 행사를 다 했는데, 아무 기록이 안 남는 건 좀 아깝잖아요. 그래서 학회에서 발표된 글과 발표 자료들을 다 모아서 한 번 묶어서 내는 게, "프로시딩스(proceedings)"입니다. 정리하자면:

  • 커뮤니티(학회=인방갤):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글쓰기 공간
  • 저널(학회지=연간 베스트 글모음): 그중에서 선별된 "월간 베스트"를 모아서 내는 잡지
  • 컨퍼런스(학회=정모): 1년에 한 번 다 같이 모여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정모
  • 프로시딩스(학회발표논문집=정모후기모음집): 그 정모에서 발표된 글들을 모아 남긴 기록

3. 학술 세계로 다시 돌아와서

이제 다시 학술 쪽으로 돌아와서 보면, 다음에 따로 한 번 쓰겠지만, 저널(학회지)이라는 것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SCI니 SSCI니 하는 리스트에서 나열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클래리베이츠(구 Web of Science)라는 회사에서 "그래도 이 정도면 피어리뷰 과정이나 글의 수준을 믿을 만하다" 싶은 저널들을 모아서 전화번호부처럼 정리해 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씨로 치면 메이저 갤러리와 마이너 갤러리를 구분해 놓은 셈입니다.

메이저 갤러리에 올라오는 연간 베스트 글들은 하나를 쓰기면 해도 네임드로 인정을 받겠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마이너 갤러리도 많고, 거기서 메이저로 승격되기도 하고, 새로운 주제의 갤러리가 계속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 저널 세계도 비슷합니다. 오래된 메이저 저널이 있는가 하면, 새로 생겼다가 점점 인정을 받아 가는 저널들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Web of Science 쪽에서는 학회에서 나오는 프로시딩스는 저널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SCI, SSCI, A&HCI 같은 전화번호부에 포함을 안 시켜놨었습니다. 그런데 분야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좀 달랐던 것이지요. 특히 컴퓨터공학 쪽은 분야 자체의 변화도 빨라서 "연간 베스트" 이런 글 모음으로는 분야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모 후에 모아놓은 글 모음집들이 더 중요한 연구 성과로 여겨지는 것이지요. 다만 모든 학회의 프로시딩이 다 연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컴퓨터공학 안에서도 이런이런 모임은 탑티어 정모다. 뭐 그렇게 대략적인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4. 데드라인과 논문 작업 방식의 차이

저널과 컨퍼런스가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는 거기 제출할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저널은 그 해에 게시판에 글 쓴 것들 중에서 (즉, 학회지에 제출된 것 중에서) 골라진 글들만 모아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정해진 데드라인이 없습니다. 게시판에 글쓰는건 아무때나 써도 그만인 것이니 제가 글이 준비가 됐다 싶으면 게시판에 쓰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저널 논문은 데드라인이 따로 없어서 한도 끝도 없이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글을 계속 다듬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퍼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또 피어리뷰 과정에서도 데드라인이 없으니 논문을 다 바꿔서 오라고 하는 식으로 수정사항이 너무 많기도 한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회는 학회마다 모이는 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방계에서 침착맨을 중심으로 한 영걸전 스트리머 그룹은 "우리는 매년 7월에 뭉치자"이러고 충주맨을 중심으로한 공무원 유튜버는 "우리는 1월에 모이자" 이런 식으로 모이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거죠. 예를 들어 제가 침착맨 컨퍼런스에 간다고 하면 7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기 위한 논문을 1월쯤 제출하는거죠. 그럼 제출된 논문들을 쭉 심사를 해서 누가 정모에 와서 발표할지 3-4월쯤 정하고 7월에 다 같이 모여서 발표도 하고 듣기도 하고 침착맨 싸인도 받고 사람들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러는겁니다. 그러니 1월 마감을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리든지 중간에 6월쯤에 충주맨 컨퍼런스에 제출해야죠. 그러다보니까 데드라인이 1년 내내 돌아가고 있어서 1년 내내 계획을 세워서 한해 농사짓듯이 리듬을 타면서 논문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