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저는 2004년 즈음 gmail이 베타로 나왔을 때 계정을 만들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그 gmail을 쓰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추억의 엠파스에서 empal.com 계정도 꽤 썼어요. 그러니까 아마 2000년 초반 대학교에 처음 들어올 즈음 전후로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여러 메신저 앱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계속 나왔죠. MSN 메신저, 네이트온, 그 뒤에 카카오톡이 나오고, 요즘에 일하는 데 있어서는 슬랙을 필두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학계에서는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연락 수단이자 협업 수단은 이메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영역에서는 이메일이 제일 우선적인 소통 수단이고 협업 수단이라고 봅니다.
요즘 학생들에게서 오는 이메일들을 보면, 확실히 이메일에 좀 덜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지점들을 바탕으로, 세 가지 정도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첫 번째로 (이건 첫번째 레슨), 이메일이 너무 맥락 없이 짧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메일을 받으면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사람이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 표현이 이런 의미로 쓰인 게 맞는지 등을 다시 물어봐야 알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사실 이미 이메일을 보낸 목적에 어느 정도 이미 실패한 거라고 봐야겠죠.
두 번째로, 특히 AI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이메일이 너무 "공손함을 가장한 광고 메일" 같은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필요한 형식적인 요소들은 갖추고 있는데, 정작 제가 그 이메일에서 빨리 파악하고 싶은 내용은 공손하게 잘 쓰여 있는 문장들 사이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 거죠. 사람마다 선호는 다르겠지만, 저는 이메일에서는 말이 좀 짧더라도 제가 알아들어야 하는 핵심 내용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글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메일을 체크하고 답장을 하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어디선가 자주 읽었던 것 같은데, 근무일 기준으로 48시간, 그러니까 이틀 안에는 이메일에 답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웬만하면 이메일에는 최대한 답장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받은 후에는 연락이 갔는지 안 갔는지 신경을 쓰지 않도록 짧게라도 답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지만, 저는 Inbox에 이메일을 남겨두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처리가 끝났거나 제가 답장을 했다면, Inbox에서 Archive 또는 보관함이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옮깁니다. 대부분의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가 보관함 기능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인박스를 일종의 to-do list처럼 쓸 수 있습니다. 물론 따로 to-do list 앱도 쓰고 있고, 그 이야기는 나중에 또 적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쓰느냐, 이메일을 정리할 때 키보드 단축키를 쓸 수 있느냐 같은 게 저한테는 꽤 중요합니다. 저는 지메일에서 오랫동안 키보드 단축키를 써서 메일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보통 학교 이메일 같은 것들은 아웃룩과 연결되기 때문에, 지메일처럼 키보드 단축키로 쉽게 정리가 안 되는 건 항상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본인한테 잘 맞는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찾아서, 어쨌든 메일을 항상 빠르게 정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특히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부터 거의 15년에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은 정말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매일 이메일을 정리하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인박스를 0으로 만드는 데 나름 애를 많이 썼습니다. 물론 인박스를 0으로 만들어 놓고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고, 때로는 그게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 현재 워크플로우에서는 인박스를 비워 두는 것이 꽤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